[베리타스알파=신현지 기자] ‘공정성 강화’ 명분으로 추진된 정시확대가 오히려 N수생/사교육/고교자퇴 증가로 이어지며 공교육 붕괴는 물론, 교육특구 중심 대입 판도를 형성했다. 2028대입을 앞두고 정시축소 당위성은 충분하지만, 전문가들은 정시축소에 대해 회의적이다. 대학 한 관계자는 “장관 인사나 분위기로 볼 때 이미 무한 N수를 중심으로 폭주하는 시장을 막을 정책 동력이나 의지도 없어 보인다. 막상 칼자루를 쥔 정치권은 지방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승패를 가름할 젊은 층이 목을 거는 공정 이슈의 상징인 정시확대를 건드릴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면서 2028대입을 정상화할 정시축소 가능성에 회의론이 팽배한 배경을 설명했다.
정시확대의 후폭풍은 심각하다. 2019년 문재인 대통령이 4년예고제를 깨고 정시확대를 강행한 이후 대입판도는 학령인구 축소의 와중에도 교육특구 중심 무한 N수의 굴레를 키워왔다. 그 결과 서울대와 전국 39개 의대 신입생 10명 중 6명이 N수생일 정도로 수능 중심 체제가 고착화했고, 사교육 인프라가 집중된 강남3구 출신의 비율이 급등했다. 내신 경쟁이 무의미해진 고교 현장에서는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수능 문제집을 풀거나 아예 ‘전략적 자퇴’를 선택하는 등 공교육의 기능이 흔들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시축소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현실적 여건은 부정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미 시장은 교육특구 중심 무한 N수의 틀을 갖추고 동력을 얻은 상태이기 때문. 정책으로 시장을 막아야 하지만 이를 밀고 나갈 주체 역시 부재 상태다. 정부 역시 여론과 정치적 부담을 의식해 정시축소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 한 교육전문가는 “고교학점제와 정시확대라는 엇박자 정책을 함께 도입한 문재인 정권에 이어, 2028대입까지 정시40%를 방치하고 무전공확대/의대증원을 동시에 추진하며 현장 혼란을 불러온 윤석열 정권을 거치며 대입 현장은 여전히 혼란 속에 놓여 있다. 이재명 정권도 의대증원 반발 선례를 본 이상 정책적 부담을 지려 하지 않을 것이다. 내년으로 다가온 지방선거에서 여전히 승패를 가를 것으로 보이는 젊은 층의 역린인 공정성 이슈를 건드릴 것 같지 않다. 사교육을 뒷배로 정시에 유리한 강남3구 역시 정시확대를 엄호하는 모양새여서 선거공학 측면에서 이로울 것이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시확대’ 후폭풍.. N수/사교육/자퇴 급증에 공교육 붕괴 가속>
정시확대는 2019년 문재인 전 대통령이 조국 자녀의 입시비리 사태 이후 마련한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방안’에서 도입됐다. 조국 자녀 입시비리의 전형이 특기자전형임에도 불구하고 수시 학종에 혐의를 씌워 정시확대 강제에 나섰다. 공정성 강화방안에 따라 서울 소재 16개 대학(건국대 경희대 고려대 광운대 동국대 서강대 서울대 서울시립대 서울여대 성균관대 숙명여대 숭실대 연세대 중앙대 한국외대 한양대)은 2023학년까지 정시로 40% 이상을 선발해야 했다. 수시이월까지 포함하면 사실상 정시로 절반에 가까운 인원을 선발하는 셈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시확대가 공교육을 위축시킨 만악의 근원이라고 지적한다. N수 폭증, 사교육 확대, 고교 자퇴생 증가, 공교육 붕괴 모든 것이 맞물려 있기 때문. 넓어진 정시 문호를 활용해 사교육을 끼고 ‘정시 올인’하는 학생이 증가한 것. 재학생들은 고교 자퇴까지 감내하며 정시에 도전하고 있으며 N수생은 매년 역대 최대를 기록하고 있다. 최상위권 인재들이 장기간 매달리는 현상은 국가 경쟁력 측면에서도 사회적 낭비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최근 폐지론까지 등장한 고교학점제와의 관계는 “애초 정책 설계 단계서부터 잘못됐다”고 전문가들은 꼬집는다. 한 교육전문가는 “문재인 정권이 대립되는 정책인 고교학점제와 정시확대를 동시에 추진한 것도 문제이지만, 윤석열 정권의 방치까지 더해지며 현장 혼란만 가중됐다. 정시확대든 고교학점제든 무언가 하나를 멈춰야 했다. 그런데 올해 고교학점제를 본격 시행하자 현장의 곡소리가 터져 나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 N수/사교육 폭증.. ‘교육특구 배불리기’
전문가들이 가장 강조하는 정시확대의 문제점은 바로 N수 폭증이다. KEDI(한국교육개발원)은 애초 서울 소재 대학의 정시확대가 N수 수요를 자극했다고 지적했다. 정시확대로 수능을 통한 대입 문호가 확대된 가운데 N수를 통한 상위권 대학 진학 수요를 자극해 교육 불평등을 심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것. KEDI의 발표에 따르면 정시확대 이후 N수생은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특히 정시확대 기조로 본격 전환한 2021학년 대학 입학생의 10.8%가 휴학/자퇴를 택했으며 그 이유를 ‘재수 준비’라고 응답한 비율이 40.5%로 가장 높았다.
실제 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을 분석해 봐도 N수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최고 학부인 서울대 2025정시 등록자의 57.3%가 N수생이다. 반면 수시 N수생 비율은 3.7%로, 무려 15배 격차가 났다. 삼수 이상의 비중도 20%를 넘어서며 ‘무한N수’가 심각해짐을 방증한다. 특히 수시/정시 합산 기준 N수생 비율도 2021학년 18.4%에서 정시확대를 반영하기 시작한 2022학년 21.9%로 상승하더니 2023학년엔 26.2%까지 폭등했다. 가장 최근인 2025학년에도 26.3%를 기록했다.
최상위권 각축지인 의대 역시 상황은 같다. 올해 신입생 중 58.3%가 N수생이다. 지난해 54.4%보다 상승한 비율이다. 의대정원이 늘면서 N수생의 강세가 더욱 심화한 셈이다. N수 비율이 가장 낮은 의대는 서울대였다. 고3이 75.9%, N수생이 24.1%다. 서울대 의대는 모집인원의 70%에 해당하는 수시의 전부를 학종으로 선발하는 데다 정시 수능전형에서도 학교장 추천이 필요한 지균을 운영하는 만큼 재학생의 비율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사교육비 폭증도 문제다. 반복학습이 유리한 수능 특성상 정시는 재수생의 무대이며 수능을 중심으로 한 정시는 수도권과 강남3구의 전유물로 자리잡았다. 재수학원 단과학원 등 사교육 인프라를 활용해 정시 올인이 비교적 유리한 것. 서울대는 물론, 최상위권 입시인 의대까지 정시확대 이후 사교육을 뒷배로 한 ‘강남3구’ 출신 등 교육특구의 비중이 확대됐다. 실제로 2024학년 서울대 정시 일반 신입생의 출신 고교를 분석한 결과, 사교육 메카인 서울 강남3구 출신이 25.6%였다. 수시 지균이 3%에 불과한 것과 비교하면 무려 8배 이상의 차이다. 서울대 역시 “수능전형이 사교육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시에서 사교육 기관이 집중된 지역의 입시 성과가 높은 것은 확인된다”며 정시에서의 거주지 효과를 인정했다.
교육당국이 N수/사교육 폭증을 방관하는 가운데 서울대만 고군분투하고 있는 상황이다. 공교육 현장에 힘을 싣고자 2023정시에 학생부 정성평가를 선제적으로 도입했으며 그 뒤로 상위대학 사이에서 정시 학생부 반영 흐름이 이어졌다. 특히 2028학년부턴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이하 기여대학사업)을 통해 정시축소는 물론, 전형 재설계의 명분을 얻자, 곧바로 정시 지균 폐지와 수시 지균 확대, 전 전형 학생부 반영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전문가들은 이번 개편이 무한N수와 고교자퇴까지 불러온 교육특구 중심 대입 판도가 깨지는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한 전문가는 “서울대의 조치는 당장 모든 문제를 바로잡을 수는 없지만 그나마 정상화의 첫발을 내디뎠다는 데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 ‘잠자는 교실’ ‘전략적 고교 자퇴’ 공교육 붕괴
교육 현장에서는 공교육 붕괴를 초래한 점이 가장 실감되는 문제점이라고 꼬집는다. 내신을 버리고 정시를 준비하면 되니 사교육 문제집을 고교 수업시간에 푸는 등 ‘잠자는 교실’ 문제는 심각해졌고 아예 고교를 자퇴하는 학생도 늘었다. 실제로 고교 자퇴 비율은 대학이 정시확대를 반영하기 시작한 2022학년을 기점으로 폭등했다. 김문수(더불어민주) 의원실에 따르면 실제로 고교 자퇴율은 2020학년 코로나19에 따라 1.06%로 하락, 2021학년 1.52%로 예년 수준을 회복하더니, 대학이 정시 비율을 확대하기 시작한 2022학년 1.87%로 급등, 정시40%를 완성한 2023학년엔 2%까지 상승, 2024학년 2.05%를 기록하며 4년째 상승세다.
최근에는 ‘전략적 고교 자퇴’도 문제다. 내신관리에 쏟을 시간을 아예 검정고시를 거쳐 수능에 올인하는 것. 학생부 비교과 기재영역 축소와 자소서 폐지 등으로 한 번 삐끗한 내신성적을 만회할 요소가 줄어들자, 내신 관리에 어려움을 겪은 학생들이 자퇴를 택하기도 한다.
문제는 2028대입개편 이후까지 고교 자퇴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정시 문호는 대거 열려 있는 가운데 최근 검정고시를 거쳐 수능에 올인하는 ‘전략적 고교 자퇴’가 증가했기 때문. 게다가 2028학년 내신 5등급제에 대한 우려가 여전한 가운데 내신을 한 학기만 삐끗해도 자퇴하려는 수요 역시 증가했다. 공교육 정상화와 고교학점제 안착을 위해 정책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상극의 정책이 만든 대입 혼란.. 고교학점제 ‘교육부마저 인정한 성적 중심 과목 선택’
고교학점제와의 엇박자 문제도 풀리지 않았다. 정시 문호가 대폭 열려 있는 가운데 학생들이 여전히 성적 유불리를 중심으로 과목을 선택하고 있기 때문. 심지어 교육부 역시 ‘고교학점제 개선안’에서 문제점으로 성적 유불리 중심 과목선택을 짚었지만, 뚜렷한 해결책은 내놓지 않았다.
고교학점제는 진로/적성에 맞는 과목 선택을 취지로 하지만, 대입이 여전히 점수 중심이라 실효성이 떨어진다. 내신 등급제와 수능 중심 체제가 유지된 데다가 학생부 기재항목 축소로 수시도 정량화됐다. 결국 자연계 학생의 ‘사탐런’처럼 학생들은 진로보다 성적이 잘 나오는 과목에 몰리며 고교학점제의 취지 역시 무색해진 것이다.
최근엔 이규민 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 역시 14일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고교학점제와 정시의 엇박자를 꼬집었다. 이 전 원장은 “학생들이 점수를 받기 쉬운 과목, 다인원 과목 등을 찾게 될 가능성이 있다”며 “모든 학생이 공통과목을 보는 공통형 수능으로 바뀌고, 공통과목은 주로 1학년 때 배우기 때문에 2, 3학년 때 자신의 진로와 선택에 따라 선택하는 과목이 수능에서 빠져서 고교학점제와 미스매치되는 부분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2028대입제도의 혼란을 줄일 수 있는 방안으로 “현재 주요 대학들의 정시 비중이 40%로 제시돼 있는데, 그 비율을 하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정시축소 가능성?.. 전문가들 ‘회의론 팽배’>
정시축소의 당위성은 충분하지만, 전문가들은 정시축소에 대해 회의적으로 보고 있다. 이미 정시확대 이후의 시장이 흘러가고 있는 가운데 반발이 극심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 교육특구 중심 입시와 무한N수는 시장에 자리잡아 동력을 얻은 상태다. 시장을 정책으로 뒤집어야 하는데, 정시로 이점을 얻고 있는 강남3구는 물론 수시는 불공정하다는 프레임에 갇힌 사람들의 반발까지 예상된다.
총대를 멜 주체 세력도 마땅치 않아 보인다. 한 교육전문가는 “이미 임명 단계서부터 각종 논란이 불거진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더 큰 문제를 안을 상황이 아니며, 차정인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장은 고교학점제 개선도 빨라야 12월이라고 하는 등 누구 하나 총대 메고 정책을 추진해 갈 사람이 없다. 대통령이라도 나서 줘야 하는데 이미 작년 의대증원을 추진했다가 극심한 반발이 일었던 윤 전 대통령 사례를 보면 굳이 선거에 득 되지 않을 행동을 하진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기여대학사업이 해결의 열쇠가 될 것이라고 분석한다. 올해 교육부는 기여대학사업 내 자율공모사업을 신설, 그중 ‘전형 운영 개선(2022개정교육과정 연계성 제고 등)’ 항목을 통해 고교학점제를 반영할 수 있는 차별화한 전형 운영 계획을 제시할 경우 정시40%를 30%까지 완화할 수 있다고 밝혔기 때문. 그 결과 서울대 한양대 동국대의 3개교가 선정돼 정시30% 축소 명분을 얻었다. 서울대는 곧바로 정시 지균을 폐지하고 수시 지균을 확대하며 수시 비중을 키웠으며 한대와 동대 역시 최근 학생부 확대 기조를 보임에 따라 정시30%를 따라갈 가능성이 크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미 16개교 중 3개교가 정시30% 명분을 얻은 가운데,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조금씩 정시40% 족쇄를 풀어주는 방법이 있다. 시장에 ‘정시축소 한다’고 밝히지 않아도 대학에 자율성을 부여함과 동시에 정시축소의 명분도 얻을 수 있는 셈이다”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