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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고등학교에 입학해서 처음 치렀던 표준화 검사 중 지능검사를 받았던 기억을 떠올려봅니다. 제한된 시간에 문제를 풀어야 하는 검사라서, 감독 선생님이 ‘그만! 연필 놓으세요.’ 라는 소리가 떠오릅니다. 돌이켜보면 공간도형 검사 문제가 저에게는 특히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받아본 저의 지능검사 점수는 평생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숫자였습니다. 그리고 그 숫자는 저에게 얼마간의 위안과 좌절감을 주었으며, 한편으로는 평생 도전하며 살아가게 하는 삶의 원동력으로 작용한 것 같습니다.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 뉴욕의 대형 로펌 베이커앤드 호스테틀러가 최근 미국의 스타트업 로스인텔리전스가 개발한 AI(인공지능) 변호사 로스(ROSS)를 사용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미국의 정보기술(IT) 매체 기즈모도 등 외신이 15일 전했다....지난 1월 발간된 ‘유엔 미래보고서 2045’에 따르면 30년 후 AI에 대체될 위험성이 큰 직업으로 의사, 변호사, 회계사 등과 함께 변호사를 꼽았다....양승태 대법원장은 지난 3월 판사들을 대상으로 하는 강연에서 “4차 산업혁명이 오면 제일 먼저 사라질 직업이 판사 등 법조인이다.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 사법부가 헌법이 부여한 책임을 다하기 위해 창의적·창조적으로 가야한다”고 말했다.*
인공지능이 1950년대 처음으로 개발됐을 때는 연구자들이 한가지의 유용한 문제 해결 프로그램으로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고 가정하고 인공 지능 프로그램을 개발하였는데, 현재는 인공지능을 단일 지능이 아닌 다중 지능 요인으로 나누어 연구하고 있다고 합니다.** 앞으로 인공지능은 하워드 가드너가 제안하는 7가지 다중 지능 요인 중 언어 지능, 논리·수학 지능, 음악 지능, 공간 지능, 신체운동 지능과 관련하여 더욱 발전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러나 현재 뿐만 아니라 미래에도 인공 지능이 유일하게 할 수 없는 분야는 7개 지능 요인 중 나머지 ‘대인 지능(자기성찰 지능과 인간친화지능)’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 지능은 컴퓨터가 할 수 없는 분야이기에 앞으로 그 중요성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처럼 다시 부각하고 있는 인공 지능 개발과 학생들의 학교 수업 관련 교과를 연관시켜 보면 다음 표와 같이 분류해 볼 수 있습니다.
<지능 요인 관련 교과 및 직업>
지능요인 |
고교 관련 교과 (학업성취도 측정 대상) |
관련 직업 | |
7 가 지 지 능 |
언어 지능* |
국어, 외국어, 사회 |
법률가, 작가, 시인, 언어학자 |
논리 수학지능* |
수학, 과학 |
수학자, 과학자, 논리학자, 프로그래머 | |
음악 지능* |
체육예술(음악) |
연주가, 작곡가, 지휘자 | |
공간 지능* |
체육예술(미술) |
화가, 조각가, 항해사, 조종사, 외과의사, 건축가, 위상수학가 | |
신체운동지능* |
체육예술(체육, 연극) |
무용가, 배우, 운동선수, 연구가, 발명가, 엔지니어 | |
자기성찰지능(인간내적지능) |
사회, 생활교양 |
예술가, 종교적 지도자, 철학자, 주술사 | |
인간친화지능(인간상호적 지능 또는 대인지능) |
사회, 생활교양 |
교사, 정치가, 임상가 | |
7가지 지능 외 분류하지 않은 능력 |
동기(학업의지와 태도), 성격, 기질, 주의력(개인적 특성과 소양), 상식, 독창성, 지혜(학업성취도) 등 |
*인공 지능 관련 개발요인
연구 결과에 의하면 인간의 지능은 진화의 산물인데 하나의 지능보다는 여러 가지 지능들을 나타내도록 진화되어 왔다고 합니다. 그리고 학자들마다 다르지만 학자들의 대부분은 지능의 유전 가능성을 30~50%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특히 다중 지능 요인 중 음악지능과 신체운동 지능은 인간의 좌뇌(左腦), 그리고 언어 지능과 공간 지능은 인간의 우뇌(右腦)와 관련되어 있다고 합니다. 학자들은 신체적 특질들과 기질적 특성은 대부분 유전된다는 데 동의하지만, 인지적 스타일의 양상이나 성격은 유전의 영향이 크다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또한 지능의 유전 가능성을 30~50%로 추정한다고 가정하더라도 학생들에게 나타나는 개인차는 분명 선천적인 것이기에 조기에 그 강점을 발견하여 향상시키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50~70%가능성은 환경과 교육의 중요성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가드너에 의하면 7가지 지능 중 어떤 지능이 더 가치 있는 가의 여부는 주어진 사회 환경이나 시대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데, 현대의 학교는 ‘자기성찰 지능’을 새롭게 강조함과 동시에 ‘언어 지능’의 특정 양상과 ‘논리·수학 지능’에 더 중점을 두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나머지 지적 영역들은 방과 후 학교나 레크레이션 활동으로 떠넘겨졌다고 합니다. 이러한 해석은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똑같이 적용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능 요인과 대학 입시와의 관련성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위의 <표>에 제시한 지능과 관련 교과와의 관련성에서 보면 대학 전형 요소로서의 ‘학업 역량’을 측정하는 학업 성취도는 주로 ‘언어 지능’과 ‘논리·수학 지능’ 개발과 직결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므로 학업에서의 성공은 아무래도 이런 지능이 발달된 학생들이 유리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가드너가 7가지 지능 외에 지적한 능력으로서 성격, 기질, 주의력 등의 요인(대학전형 요소: 개인적 특성과 소양)도 자녀들의 학업 및 직업 성취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 특히 베네수엘라 연구 프로젝트를 통해서 밝혀진 것은 배우고자 하는 적절한 동기(대학전형 요소: 학업의지와 태도)가 교육 프로그램의 성패를 가르는 가장 큰 요인이라고 합니다.
얼마 전에 만난 모 명문 고등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고 계신 부장 선생님께서 제게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학생들이 수학을 잘하게 하기 위해서는 잘 가르치는 방법에 앞서서 먼저 자신(수학 선생님)을 좋아하게 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학생들이 자신을 좋아하게 하려고 자신은 평소에 여러 가지 유머를 연구하여 교실에서 학생들에게 들려주고 있습니다. 당연히 아이들은 매우 좋아합니다.^^”
*: 중앙일보, 정원엽, 이기준 기자(2016.5.17.)
**: 다중지능, 하워드 가드너, 김영사(2001)
***: 지능이란 무엇인가?, 하워드 가드너, 사회평론(2016)
<주> 15년 전 책에서는 다중지능 요인의 하나로 7개 지능 외에 ‘자연지능’을 언급했었는데 최근 발행한 책에서는 ‘자연지능’에 대한 설명이 없습니다.(공감, 2013.9.6. 글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