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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1스토리
몇년전부터 입시설명회를 할 때 특별히 강조하고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대학보다는 졸업 후 직업을 염두에 둔 ‘학과 선택의 중요성’ 입니다. 진로, 직업 선택 시 고려해야 할 사항으로 ‘학생의 지능과 적성, 직업 흥미, 직업 가치관, 성격 등’에 관한 심리 검사의 필요성을 이야기합니다. 그동안의 경험으로 보아 자녀들은 부모님과 외형은 닮았으나 그 속(내면의 특성들)은 전혀 다른 사람인 것 같습니다. 주변에서도 보면 부모와 자식 간에 다른 것은 물론이려니와 형제 자매 간에도 서로 다른 특성을 갖고 있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형제간의 MBTI 성격 검사 결과를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이 다른 것을 알 수 있습 니다.
“형은 이야기할 때 대화를 주도하며, 교우 관계의 폭이 넓습니다. 그리고 일기를 보면 문장이 짧고, 전기물이나 역사, 스포츠 관련 잡지 읽기를 좋아합니다. 또한 자기 주장이 강하고 직설적으로 말하는 편입니다. 그리고 형은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시간 계획표를 짜서 잘 활용하는 편이며, 사용한 물건들은 즉시 치워서 정리하는 습관이 있습니다(ESTJ형).”
“반면 동생은 이야기할 때 대화를 경청하며, 몇몇 친구와 깊게 사귀는 편입니다. 그리고 글을 쓸 때는 문장이 길고, 소설이나 시 등 문학 작품을 좋아합니다. 또한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려는 신중함 때문에 침묵으로 복종하는 자세를 지니는 편입니다. 그리고 동생은 시간 계획표를 짜더라도 다음 날로 넘기거나, 다시는 보려 하지 않는 경우가 많으며, 사용한 물건들을 주변에 쌓아두는 경향이 있습니다(INFP형).‘
위에서 예로 든 두 형제는 극과 극의 성격을 갖고 있는 특별한 경우입니다. 같은 부모에게서 태어났지만 서로 다른 성격 때문에 아마도 서로 다른 성장 과정을 갖게 되고, 학과나 직업 역시 그들 특성에 맞는 것을 선택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만약에 형이 아닌 엄마가 ESTJ형의 성격을 갖고 있고, 자녀가 INFP형의 성격을 갖고 있는 경우라면 서로를 이해하기가 참 힘들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가족간에도 가족 구성원마다 성격들이 다르기 때문에 성격 유형에 따라 다양한 갈등 상황이 나타날 수 있고, 그 해결 방법 역시 그만큼 다양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저도 두 아이를 키우면서 둘이 참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두 아이는 초.중.고등학교 시절을 보내는 방법도 서로 참 달랐던 것 같습니다. 공부하는 방법, 친구 사귀는 방법, 취미나 좋아하는 운동, 부모에게 질책을 받을 때 반응하는 태도, 부모에게 고민을 이야기하는 지의 여부 등 여러 가지가 서로 많이 달랐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두 아이는 좋아하는 과목도 다르고, 인문.자연 계열 선택도 다르고, 전공 선택도 다르게 하였습니다.
“유대인들은 형제 자매를 서로 다른 인격체로 인정하기 때문에 형과 동생을 비교하는 일 따위는 절대로 하지 않는다. .... 유대인 부모들이 자식들을 대할 때 가장 관심을 갖는 것은, 그들 사이의 능력 차이가 아니라 ‘각각의 개성’이며, 서로를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개성을 개발하고 발전시키는 일이다. 그러므로 유대인들은 자식들이 친구 집에 놀러 갈 때도 형제를 함께 보내지 않는다. 서로간의 취미가 다를 것이므로 같은 장소에 가기보다는 각자 다른 장소로 가서 서로 다른 세계를 접하는 편이 그들의 장래에 훨씬 좋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생각에서이다.”*
어떤 가정이든 아이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여 성인이 될 때까지는 부모님과 많은 갈등과 다툼이 있을 것입니다. 아무래도 부모님들은 아직 미성년자인 자녀들을 부모님과는 다른 별개의 인격체로 보거나 대하기가 어렵기 때문일 것입니다.
아이들에 대해서 새로운 눈을 갖게 해주는 좋은 글이 있어 소개해드립니다. ‘칼릴 지브란’의 ‘아이들에 대하여’**라는 시입니다.
“그러자 아기를 품에 안고 있던 한 여인이 말했다. 저희에게 아이들에 대하여 말씀해 주소서.
그는 말했다:
그대들의 아이라고 해서 그대들의 아이는 아닌 것.
아이들이란 스스로 갈망하는 삶의 딸이며 아들인 것.
그대들을 거쳐 왔을 뿐 그대들에게서 온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비록 지금 그대들과 함께 있을지라도 아이들이란 그대들 소유가 아닌 것을.
그대들은 아이들에게 사랑을 줄 순 있으나 그대들의 생각마저 줄 순 없다.
왜냐하면 아이들은 아이들 자신의 생각을 가졌으므로.
그대들은 아이들에게 육신의 집을 줄 순 있으나 영혼의 집마저 줄 순 없다.
왜냐하면 아이들의 영혼은 내일의 집에 살고 있으므로,
그대들은 결코 찾아갈 수 없는, 꿈속에서도 가볼 수 없는 내일의 집에.
그대들이 아이들같이 되려 애쓰되 아이들을 그대들같이 만들려 애쓰진 말라.
왜냐하면 삶이란 결코 뒤로 되돌아가지 않으며, 어제에 머물지도 않는 것이므로.
그대들은 활, 그대들의 신은 무한의 길 위에 한 표적을 겨누고 그분의 온 힘으로 그대들을
구부리는 것이다. 그분의 화살이 더욱 빨리, 더욱 멀리 날아가도록.
그대들 사수이신 신의 손길로 구부러짐을 기뻐하라.
왜냐하면 그분은 날아가는 화살을 사랑하시는 만큼, 또한 흔들리지 않는 활도 사랑하시므로.“
*이희영(탈무드 황금률 방법, 동서문화사)
*칼릴지브란(강은교 역, 도서출판 이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