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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님들이 자녀들을 키우면서 하게 되는 잔소리 중 하나로 잠을 들 수 있습니다. 잔소리의 대부분은 피곤하여 자고 있는 자녀들을 깨우는 일로 시작하게 됩니다. 공부하느라 늦게 잔 것이 아니라 게임이나 음악을 듣느라 늦게 잔 경우라면 부모님들이 자녀에 대해 화를 참기가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수험 생활과 잠은 높은 상관관계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수험생 가족들은 사당오락(四當五落)이라는 말을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듣게 됩니다. 수험생이 하루 4시간만 자며 공부하면 합격하고, 5시간 이상 자면 대학 진학에 실패한다는 이야기를 두고 하는 말입니다. 수면 시간을 줄여 공부 시간을 늘려야만 대학에 갈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기위해 만든 말일 것입니다.
수험생이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을 최대한 많이 확보하는 것은 중요한 일입니다. 연습을 많이 한 운동선수가 좋은 경기 결과를 얻듯이, 학습에 있어서도 복습을 많이 한 수험생이 좋은 입시 결과를 얻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무조건 공부할 수 있는 시간만 많이 확보하는 것이 능사(能事)는 아닌 것 같습니다. 적당한 휴식 시간이 있어야만 학습 능률을 높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성인들도 주중에는 일하고 토. 일요일에 휴식을 해야만 업무 능률이 높아지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수면 시간이 부족하면 다음날 머리가 몽롱(朦朧)하여 일에 대한 집중도가 떨어지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하물며 토, 일요일도 휴식 없이 공부하는 수험생들이 수면 시간마저 부족하게 되면 당연히 학교에 가서 자거나, 아니면 학원이나 독서실 등 학부모님들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부족한 잠을 잘 수밖에 없게 됩니다. 공부하기에 앞서 자녀들이 생존하기 위해서라도 몰래 잠자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 될 것입니다.
재수하기 위해서 학원을 찾아왔던 한 학생과 면담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지방에서 올라온 학생이었습니다. 학생의 고교 시절에 대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학생이 질문하기를 “재수할 때 잠은 몇 시간이 적당한지요?”라고 물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다시 물어보았습니다. “그러면 학생은 학교 다닐 때는 몇 시간 자며 공부했었는데?” 그러자 학생이 대답하기를 “고등학교에 처음 들어갔을 때 사당오락이라는 말을 듣고 나서 고 1,2학년 때는 하루 4시간만 잤고, 고3학년이 되어서는 하루에 3시간만 잤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학생과의 면담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 학생은 3년 동안 내리 학급 회장을 한 그야말로 모범학생이었습니다. 학교 내신은 괜찮은 편이었는데 수능 시험 성적이 기대한 만큼 나오지 않아서 재수를 하려고 서울에 올라온 학생이었습니다. 학생의 질문에 대한 저의 조언은 “오늘부터 수면 시간은 6시간으로 늘리고, 일요일에는 숙소 근처 학교 운동장에 가서 매일 운동을 해라.”였습니다. 수면 시간이 부족하고 체력이 약해지면 집중력과 자신감이 떨어진다는 것을 오랜 동안 여러 학생들을 통해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수험생들은 수능 시험일이 다가올수록 불안감이 높아지기 마련입니다. 재수, 삼수생인 경우 그 불안감은 재학생 때보다 훨씬 큰 것이 대부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수험생들은 시간 부족을 느껴서 수면 시간을 현재보다 더 줄이려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어쩌면 부모님의 성화(成火)에 못 이겨 마지못해 더 늦게 까지 공부할 수도 있습니다. 의학전문가들에 의하면 오전 12시(자정) 이전에 잠드는 것이 집중력과 기억력을 높이는데 좋다고 합니다. 잠자는 시간을 낭비하는 시간으로 보지 마시고, 새롭게 시작하기 위한 충전의 시간으로 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제가 학생들에게 자주 하는 말이 있습니다. “공부의 기본은 공부할 때 공부하고, 쉴 때 쉬는 것이다. 학교는 공부하는 곳이고, 집은 쉬는 곳이다. 학교에서 깨어 있을 때 시간 낭비하지 말고, 집에서는 편히 쉬고 잠은 푹 자도록 해라.”
자녀들이 집에 와서 편히 쉴 수 없다면 집은 더 이상 휴식하여 재충전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닐 것입니다. 수험 공부하느라 심신이 지친 자녀들이 돌아가서 편히 쉴 수 있는 그런 집이 우리 수험생들에게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수능 마무리 학습은 수험생들의 불안감을 낮추고, 집중력을 높여, 자신감을 갖고 반복 학습하는 방식으로 해야 합니다. 수능 시험일이 다가올수록 조급해 하지 마시고, 잔소리하며 야단치기 보다는 자녀들을 지켜보고 믿어 주며 필요한 만큼 숙면(熟眠)하게 도와주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