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리타스알파=박한성 기자] 상당한 입시 분석력으로 정평이 나 있는 서울교육청 교육연구정보원(이하 서교연)은 2026정시가 역대 최대 N수생과 싸우는 매우 불리한 싸움이라고 설명했다. 내신 한 번 망쳤다고 정시에 올인하겠다고 덤비는 재학생들은 올해상황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지난해 고려대의 정시 일반전형 합격자 비율은 N수생의 위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졸업생은 76.9%으로 재학생(23.1%)을 압도했다. 서교연은 최근 2026대입전형 입시설명회 영상을 통해 수능을 여러 번 응시하며 반복 학습으로 경험을 쌓은 졸업생과 경쟁해야 하는 정시는 재학생에게 불리할 수밖에 없다며 섣불리 수시를 포기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올해 정시는 '역대급 N수생'에 재학생 마저 일시적 증가하면서 ‘역대 최다 응시생’이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정시확대에 의대 증원으로 심화된 N수 열풍은 2026수능에서 극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2028수능부터는 입시제도가 개편되기 때문에 그 전에 N수에 도전하려는 졸업생들이 몰릴 것이기 때문이다. 올해 고3학생 수는 2007년 황금돼지띠의 해, 베이비붐 세대로 인해 평년 대비 5만명 가까이 많다.
상위권 대학을 중심으로 정시에 학생부 반영을 시작했다는 점도 변수다. SKY를 비롯한 주요 최상위권 대학들은 정시 전형에 수능 이외에도 내신을 반영요소로 포함하고 있다. 내신 관리에 어려움을 겪어 정시를 선택했더니, 정시에서도 내신을 요구받으면서 사면초가에 몰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 전문가는 "올해 정시를 치르고 나서야 '수시를 준비할 걸 그랬다'며 후회하는 재학생들이 많다. 대개 정시로 입시에 도전하는 학생들은 내신 관리에 어려움을 겪었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고 역대최대N수생과 정시 내신반영의 환경에서 수시를 포기하고 정시를 선택하는 건 스스로 가시밭길을 자초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서교연은 최근 고3학년 학생과 학부모를 위한 ‘2026대입전형 이해와 대비 설명회’ 영상을 공개했다. 사교육 기관을 능가하는 입시분석력을 가진 서교연은 매년 ‘쎈진학’ 프로그램을 통해 실제 고등학교에 재직 중인 교사가 진행하는 입시설명회를 연다. 서교연은 정시의 특징을 상세히 정리한 교사용 설명회와 학생과 학부모가 전체적인 흐름을 이해할 수 있게 돕는 설명회를 각각 진행한 뒤 영상을 유튜브 채널에 공개했다.

<고려대 정시 합격자 10명 중 7명이 N수생.. 어려움 인지해야>
서교연은 정시가 재학생들에게 상위권 대학을 노릴 기회면서도 위험한 수단이라고 짚었다. 수도권 대학의 정시 선발인원은 많지만 그 자리를 두고 N수생과 경쟁해야 하기 때문이다. 수도권 대학은 모집정원의 34.6%를 정시로 선발한다. 비수도권 대학의 정시 선발 비중인 10.9%와는 큰 차이다. 이렇듯 수도권 대학의 정시 모집정원이 많은 것을 근거로 재학생이 정시를 노려볼 수 있겠으나 이는 섣부른 선택이 될 수 있다. N수생과도 경쟁해야 한다는 특성상 재학생에게 수시에 비해 불리한 전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서교연은 학생이 수도권 대학 진학을 목표로 정시를 준비하더라도 수시 전형을 아예 배제하지는 말아야 한다고 설명한다.
최상위대학에 진학하고자 할 때도 마찬가지다. 정시 합격 비율은 최상위권으로 갈수록 졸업생 비율이 높아진다. 고려대의 지난해 정시를 예시로 들면 정시 일반전형의 지원자 69.9%가 졸업생, 30.1%가 재학생이었다. 합격자 수는 졸업생 76.9%로 격차가 더 크다. 정시 일반전형으로 고려대에 합격한 재학생은 4명 중 1명도 되지 않는 것이다. 내신 성적이 반영돼 재학생이 유리할 것으로 예상됐던 교과우수전형도 결과에 유의미한 차이는 없었다. 졸업생이 합격자 비중의 60.2%를 차지했지만 재학생은 39.8%에 그쳤다. 서교연은 이 외에 다른 최상위권 대학의 추정 합격 비율이 졸업생 65%, 재학생 35%로 재학생들이 정시로 최상위권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점차 어려워지고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2026수능은 재학생과 졸업생이 모두 늘어 근래 최다 응시생이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고3학년 재학생 수는 2007년 황금돼지띠의 해, 베이비붐 세대로 인해 평년 대비 5만명 가까이 늘어났다. 졸업생 응시자도 2023수능부터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수능에는 의대 정원이 증원되며 이를 노린 졸업생들이 대거 수험장에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거기에 2028년 대입제도 전면 개편 전에 N수를 도전하려는 졸업생들이 몰려 응시자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처럼 갖가지 이유로 늘어난 응시생 수로 인해 2026입시, 특히 정시는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내신 어려워 수시 포기?.. 정시도 불리해진다>
정시로 입시에 도전하는 학생들은 으레 학생부 관리에 소홀한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는 매우 위험한 행동이다. 정시에 학생부 반영 기조가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상위권 대학을 비롯한 일부 대학이 정시 전형에 수능 이외의 반영요소를 포함했다. 학생부 종합평가를 반영하는 대학은 서울대 성균관대(사범) 한양대, 내신을 반영하는 대학은 고려대와 연세대가 있다. 연대 의대를 포함한 11개 의대는 면접을 정시 전형에 포함했다. 정시를 잘 준비해 놓고도 학생부 차이로 입결이 바뀔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이 대학들의 수능 외 반영요소의 비중은 크지 않다. 그럼에도 수능 점수가 조금 모자라 합격선에 아슬아슬하게 걸쳐 있다면 수능 외 반영요소가 결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끗 차이로 당락이 결정되는 입시에서 수능 외 반영요소는 한끗을 담당한다. 이전처럼 정시만을 노리고 학생부 관리를 하지 않는다면 입시 준비에 흠이 될 수 있다. 서교연은 2028대입 개편안 발표 후 수능의 변별력 약화가 예상돼 입결 하락을 막기 위해 최상위권 대학들이 정시의 학생부 비중을 지속적으로 늘릴 계획을 갖고 있다는 점도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탐런 쏠림 현상.. 2025수능 사탐 인기 과목은 사회문화>
‘사탐런’을 선택한 자연계 학생들은 대부분 사회문화 과목으로 쏠린 것으로 확인됐다. 2025수능에서 사회탐구의 과목별 응시자 수 부동의 1위를 지켜오던 생활과윤리를 제치고 사회문화가 16만4456명으로 응시인원 1위를 기록했다. 생활과윤리는 15만7938명이 응시했다. 지난 수능에서 생활과윤리의 응시인원이 13만7268명, 사회문화의 응시인원이 12만1662명이었던 결과가 크게 뒤바뀐 수치다. 서교연은 사회문화가 인기 과목이 된 것을 사회탐구와 과학탐구 과목을 하나씩 응시한 학생들의 62.42%가 사회문화를 선택한 영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서교연은 이처럼 자연계 학생들이 유독 사회문화로 몰리는 이유를 사회문화에 도표를 해석하는 문항이 주기적으로 2~3개씩 출제돼 관련 유형에 자신감을 가진 학생이 많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했다.
학생들은 사탐런 응시자의 과목 선택 비율에 유의해 탐구 과목을 전략적으로 선택할 필요가 있다. 높은 성적을 기록하는 자연계 학생들이 평균 점수를 올려 표준점수에 변동이 생길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서교연이 제공한 사탐런 학생의 사회탐구 과목 응시 비율은 사회문화 생활과윤리 세계지리 한국지리 순으로 높고, 나머지 정치와법 윤리와사상 동아시아사 세계사 경제 등은 응시 비율이 5%를 밑돈다.
<2026정시 일정 지난해와 유사.. '원서접수 변경점'은 챙겨야>
2026정시 원서접수를 할 때는 대학별 마감 일자를 따로 확인하지 않아도 된다. 모든 대학의 마감일이 같은 날로 통일됐기 때문이다. 2026정시일정은 전체적으로 지난 정시 일정과 큰 차이가 없지만, 원서접수 기간의 변동은 꼭 알아둬야 한다. 올해 정시 원서접수 기간은 12월29일부터 31일까지 사흘간 이루어진다. 이전까지 정시 원서접수는 4~5일의 기간을 부여하고, 각 대학이 임의로 그 중 사흘을 원서접수 기간으로 정했다. 이로 인해 진학을 희망하는 대학들의 원서접수 마감일이 달라 학생들은 원서를 접수하는 방식과 타이밍에도 심혈을 기울여야 했다. 2026정시는 원서접수 모든 대학이 한번에 접수를 마감해 학생들 역시 마지막 날 모든 원서 접수를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원서를 쓰는 학생이 가질 부담감은 상당 부분 줄어들겠지만, 접수 마감 날 오전 경쟁률을 끝까지 확인하고 접수하려는 학생들의 눈치싸움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외에도 수능 일정 변동사항으로는 합격자 발표가 지난해 대비 한주 일찍(26년 2월2일) 마치면서 합격자 등록부터 미충원등록자 합격 통보 일정까지 모두 한주씩 당겨졌다는 점이 있다. 통상 2월 마지막 주 금요일에 마감하는 추가모집 원서접수 기간은 변동 없이 그대로다.
-정시 준비하더라도 ‘1순위는 수시’ 잊지 말아야
재학생에게 정시는 수시에 비해 대학 진학에 현저히 불리한 전형이다. 그런데도 정시에 도전하겠다고 마음먹는 재학생들은 내신 관리에 어려움을 겪었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내신이 생각처럼 안 된다는 이유로 정시에 나서게 되면 수많은 N수생과의 경쟁이라는 더 큰 난관에 부딪힐 수 있다. 심지어 상위권 대학들이 잇달아 정시에 학생부를 반영하는 추세라 정시를 선택했을지라도 결국 내신 성적을 끝까지 신경 써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어려운 환경을 냉정히 인지하고 상황에 맞게 대처하는 능력이다. 내신이 어렵다고 해서 수시 지원 6장 카드를 허비하면 안 된다. 단 하루에 모두 치러지는 수능에서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모르기 때문이다.
정시를 통해 대학에 진학하겠다고 마음먹었다면 수능 선택과목을 전략적으로 결정해야 한다. 학교마다 가산점을 부여하는 과목이 다르기 때문이다. 목표 학교가 전형에 학생부를 반영하거나 면접을 실시하는지도 미리 확인해야 한다. 3월부터 이어지는 학력평가와 모의평가도 허투루 해서는 안 된다. 2026수능이 ‘역대급 N수생의 해’로 예고된 만큼 졸업생과 함께 치르는 6월/9월 평가원 모평은 가장 객관적으로 자신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잘 준비해 시험에 응할 필요가 있다. 최상위권 학생들의 향방을 가름 낼 의대 증원안의 적용 여부도 주시해야 한다.
서교연이 진행한 입시설명회 영상은 유튜브 ‘서울교육쌤TV' 채널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함께 공개된 자료집은 서울진로진학정보센터 홈페이지에서 받을 수 있다. 서교연은 공개 입시설명회를 열고 그 영상을 게시할 뿐만 아니라, 학생들을 위해 1:1 맞춤형 진학 상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학생 본인이 가진 역량에 따라 어떤 입시 전략을 펼쳐야 하는지 일러주고 있다.